춘천에 닭갈비 맛집이라고 하면 누구나 알고 있는 곳이 있다. 바로 1.5닭갈비다. 1.5인분의 넉넉한 양을 준다고 하여 1.5닭갈비란 이름이 지어졌다고 한다.
아마 춘천 사람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내가 학창 시절에도 이 집이 유명하긴 했으나, 지금처럼 주말에 줄을 서서 먹는 정도는 아니었다.
물론 춘천 인구가 그 정도로 많지도 않았고, 적당히 맛이 비슷한 닭갈비집은 춘천에 상당히 많기 때문에 굳이 줄을 서서 먹을 이유가 없어서 일 것이다.
춘천에는 닭갈비집만 있는 밀집 지역이 몇 군데가 있기도 하고, 본가가 있는 우리 동네만 해도 3~4군데가 있다. 몇 달 전쯤이었을 것이다.
오랜만에 1.5닭갈비를 찾았을 때 혀를 내 누를 수밖에 없었다. 관광객이 많아서 그런지 번호표를 받고 줄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아 거기서 식사할 엄두를 내지 못하였다.
학창 시절에는 친구들이 돈 모아서 먹기 좋은 것이 닭갈비만 한 것이 없었다. 양도 많았고 닭갈비 골목 같은 곳을 가면 그 근방에 노래방이라든지 놀 수 있는 공간 근접해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어릴 적 그 시절에는 친구들 생일만 되면 닭갈비집을 갔었다. 각자 만 원씩만 내도 식사와 노래방 모든 게 다 해결되었다.
그만큼 춘천에서 닭갈비는 서민에게 좋은 외식 거리였다. 물론 관광객들이 많이 찾아서 유명해지긴 했지만 춘천 사람들에게 꽤 사랑을 받는 음식이었다.
1.5닭갈비를 처음 찾은 건 학창시절이었는데, 양도 많고 맛이 있어서 금방 고기가 바닥날 정도였다.
하지만 닭갈비의 진짜 묘미는 우동 사리다. 보통은 밥 1개 우동 사리 1개씩 시킨다.
밥과 우동 사리를 같이 볶아 먹기도 한다. 철판과 기름에 튀겨진 듯이 익혀진 우동 사리의 맛은 예술이다. 면에 양념이 잘 코팅돼있고 그러면 이 또 달궈진 철판에 튀겨지듯이 익혀지면 양념이 잘 베게 되는데 그 짭짤한 양념 맛이 일품이다.
그 안에 우동사리의 담백한 식감도 한몫할 것이다. 지금은 춘천에 가면 닭갈비를 먹으러 가는 것이 아니라 우동 사리를 먹는데 닭갈비를 서비스로 먹으러 가는 거 같다.
수도권에서 회사를 다니면서 가끔 춘천 우동 사리가 생각나 닭갈비집을 가보면 춘천에서 준 것처럼 똑같이 주는 집이 없었다.
쫄면을 볶아줬을 때는 문화충격이었다. 평생을 춘천에서 닭갈비를 먹었던 나는 당연히 우동 사리를 먹을 생각에 기대하고 있었는데 웬 쫄면을 볶아주는 것을 보고 많은 실망을 했다.
그래도 최근에는 비슷하게 볶아주는 곳이 몇 군데 있긴 했는데 춘천에서 먹을 때의 느낌이 아니다.
인터넷이나 사람들이 춘천 닭갈비에 대해 부정적으로 얘기하는 것이 몇 가지 있다. "닭갈비 골목에 갔는데 맛이 없었다"란 말을 몇 번 들은 적이 있다.
맛없는 곳을 찾아가서 맛이 없는 것이지 춘천 닭갈비가 다 맛이 없는 것은 아니다. "춘천 닭갈비가 원조가 아니다" 이 말도 참 답답한 말이다.
항상 어떤 음식이 그 지역에서 유명해지면 원조다 아니다 란 숟가락 얻기식 주장들이 쏟아지기 시작한다. 그런 음식들이 다른 지역에서 먼저 생겼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일단 그 지역에서 유명해지고 그만큼 음식점들도 많아지고 경쟁이 생기다 보면 더 맛있어지기 시작하는 건 어쩌면 당연하다.
"숯불 닭갈비가 원조다","국물 닭갈비", "다른 지역이 원조다"라는 말도 의미가 없다. 다 뭔가 유명해지면 이런 말들이 나온다.
유명해질 수 있는 조건이 갖춰줘야 인지도가 오르기 마련인 것을 ... 춘천 사람들에게도 철판 닭갈비는 가격과 맛 때문에 사랑받았고 춘천에 그동안 왔던 사람들도 그 맛을 잊지 못하는 사람이 많았다.
그래서 점점 인지도가 오르기 시작하고 또 드라마나 교통이 좋아지면서 더욱 활성화되기 시작하였다.
닭갈비의 명성은 철판 닭갈비가 가져다준 것이 맞다. 숯불 닭갈비 같은 경우는 철판 닭갈비가 유명해지면서 원조 프레임을 가지고 사랑을 받고 있다.
숯불 닭갈비도 맛이 있긴 하지만 두 가지 단점이 있다. 양념이 된 고기를 숯불에 굽다 보면 여간 귀찮은 것이 아니다.
양념이 숯에 잘 타기 때문에 자주 뒤집어 주지 않으면 숯 덩어리가 덕지덕지 붙어있는 닭갈비를 먹을 수도 있다. 또 내가 가장 좋아하는 철판에 볶는 밥과 우동 사리를 먹을 수가 없다.
그리고 숯불 같은 경우 야채와 같이 볶지를 못하기 때문에 양이 상대적으로 적다고 느낄 수밖에 없다. 그 안에 떡이나 야채를 같이 섭취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결론은 춘천 닭갈비는 철판이 원조라고 봐야 하고, 철판 닭갈비를 꼭 드셔보시라는 이야기에서 서론이 너무 길어졌다. 춘천에 오시면 철판 닭갈비가 맛있는 이 집을 한 번쯤 들러보시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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