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춘천의 어린이 회관에서 놀았던 기억이 난다.
그때는 그곳이 어떤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어떻게 생겨났는지에 대해 관심이 없었다.
그 나이 또래에 관심을 가졌으면,
그게 더 이상할 수도 있겠다.
춘천에는 1980년에 생긴 오래된 건축물이 하나 있다.
근래에 건축물들이 리모델링 되고
새로 지어진 것에 대비하면.
꽤 오랜 시간을 버텨온 건물이라고 할 수 있겠다.
삼천동 의암호가 내려다보이는
언덕에는 춘천 어린이 회관이라는 건물이 있었다.
지금은 이름이 바뀌어서 KT&G 상상마당으로 불린다.
이곳의 주인이 몇 차례 바뀌면서
여러 용도로 운영되기도 했다.
하지만 2014년에 상상마당 춘천 아트센터로
바뀌면서 예전의
어린이 회관의 취지를 찾아가고 있다.
이 언덕에 있는 건물에서는 중도가 보이기도 한다.
저녁노을이 지는 중도를 바라보며 앉아 있으면
춘천 호반의 감성에 푹 빠지고 만다.
이 건물을 춘천의 가볼 만한 곳에 추천하는
이유는 아기자기한 매력도 있지만,
건물에 철학이 더 매력적이게와닿기 때문이다.
김수근이란 건축가가 설계한 건물로
어린이를 위한 감성과 철학이 베여있다.
김수근은 한국의 건축가이자, 교육자,
잡지 발행인 등 다방면에서 활동하였으며,
현대 건축 1세대로 평가받으며,
한국 건축사에 중대한 영향을 끼친 인물로 평가된다.
그의 작품으로는 국립부여박물관, 세운 상가,
서울 올림픽 주경기장,
국립 중앙과학관 등 여러 건물이 있다.
김수근의 후기 작품들은 붉은 벽돌로 지어졌는데,
어린이 회관 또한 후기
작품들과 같이 붉은 벽돌로 지어졌다.
내부는 창을 통해 은은한 빛이 들어오며,
중후한 느낌 또한 받을 수 있다.
그리고 그 건물이 지어진 위치가 너무 좋다.
의암호와 어우러져 그 아름다움을 더해준다.
건물 내부들을 보면 공간 배치가 1980년대
한국에서 디자인한 것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창의적이며,
외관과 내부를 현대 디자에 적 관점에서
평가해도 촌스러움이 안 느껴질 정도로 세련됐다.
그리고 이 건물을 의뢰받았을 때 김수근의
경향신문에 실린 인터뷰 또한 감동적이다.
아래는 김수근의 인터뷰 내용이다.
“처음 설계를 의뢰받았을 때 어린이와
공간이라니 좋은 테마이구나 싶어 재미있게
만들어야겠단 생각이 났죠. 왜냐하면
나 자신도 어린이와 마찬가지니까요.
숨바꼭질하는 것처럼
집안에 아늑하게 숨어있다
나오면 햇빛이 옆으로비쳐
들어오다가 지붕에서 쏟아져
들어오기도 하고 어느 부분에 오면 탁
트여 구름 같은 데서 호수와 산이 보이는
공간상의 해프닝을 테마로 삼았어요.
어린이는 바로 노는 사람이란 개념이고,
그런 어린이의 본질을 세련시킬
문화적 공간으로서 이 건축물의 개념을 살렸지요.”
어린이를 위한 감성 디자인이 묻어난
건축물이라니 얼마나 매력적인가?
지금은 건축 콘셉트에 맞에
아기자기한 구성들이 눈에 들어온다.
건물 안에는 신기하고 재밌는
디자인이 있는 소품들을 파는 가게가 있다.
재밌는 디자인과, 소품들이 구매 욕구를
일으키게 하지만, 구경하는 재미도 있다.
의암호의 아름다움을
느끼며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카페도 있다.
오래전부터 사람들에게 많은 즐거움을
주었던 야외 전시장도 잘 보존되어 있다.
정원 또한 깔끔하여
웨딩촬영의 메카로도 불리었다.
다만 앞으로 중도 레고랜드가 생긴다면
그때도 의암호의 은은한 매력에
빠지며 경치를 감상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새로운 것을 만들고 싶어 하는 사람들과,
추억의 공간을 유지하고 싶어 하는 욕심
뭐가 정답인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어린이 회관에서 노을이 져가는
의암호의 모습을 즐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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